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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e Robin

오귀스트 로댕은 프랑스의 조각가로, 1840년에 파리에서 태어났다. 근대 조각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로댕은, 18세기 이래 오랫동안 건축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던 '조각'에 생명력과 감정을 불어넣어 예술의 자율성을 부여한 조각가로 평가된다. 날카로운 사실적 기법을 구사해 감정의 희로애락과 생명력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회화의 인상파와 더불어 근대 조각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조각계는 로댕 이후로 모두 직간접적으로 로댕의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근대 조각 사상 가장 위대한 조각가. 이러한 로댕의 작품들을 모두 볼 수 있는 '로댕 미술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파리에는 미술관이 정말 많이 있다. 전세계적인 예술의 도시라 불리는 만큼,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모네 등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뮤지엄들이 파리에 위치해 있다. 이들처럼 유명한 뮤지엄들도 있지만, 이외에도 파리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정말 많이 있다. 이는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칠 만큼 평범한 주택일 수도 있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는 대저택일 수도 있다. 또는, 다양한 나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둔 곳일 수도 있고, 오직 한 예술가의 작품만을 담은 곳일 수도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로댕이 살았던 화려한 저택을 오직 로댕이라는 한 예술가의 컬렉션으로 가득 채워운 곳, 로댕미술관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로댕의 작품이 가지는 중요한 예술사적 의미는, '의도적인 왜곡'에 있다. 특히,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나 <칼레의 시민>을 보면 손이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더 크게 묘사되어 있다. 이로써 더욱 효과적인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는데, 이는 회화에서 인상주의가 등장하면서 사실묘사에서 벗어난 것과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로댕이 사실주의 예술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만든 조각 자체에 감정이입이 잘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 그 이유는, 실제로는 잘 취하지 않는 동작 등을 통해 조각에 역동성을 부여하며, 미켈란젤로로 대표되는 인체비례와 사실주의적 조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일 만큼 마치 몇 번 덜 깎은 것과 같은 조각 기법으로 감정과 생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에서 오는 '고뇌'라는 감정과 조각 기법에서 오는 카리스마가 어우러져 보다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지옥의 문>의 한 작품.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원래의 작품보다 더 유명해져 버렸다.

로댕 미술관은 18세기 양식으로 건축된 저택으로, 오귀스트 로댕이 죽기 전까지 살았던 곳. 로댕이 세상을 떠난 후, 그가 기증한 작품들 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사용하던 가구 및 그가 수집한 각종 미술 작품, 자료들과 함께 미술관이 되었다.

로댕 미술관을 여는 커다란 파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름다운 정원과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는 비롱저택 Hôtel Biron이 나온다. 로댕 박물관의 정원은 매우 광활하고 아름다운데, 파리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봄이 되면 장미꽃으로 가득 차 정원만을 보기 위해 오는 방문객들도 많을 정도. 비롱저택의 이름도 심지어 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 정원사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사실. 정원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생각하는 사람’ 조각,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지옥의 문’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정원 안쪽에는 ‘빅토르 위고’ 조각상이 커다란 호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칼레의 시민>의 경우,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묘사해 내 당대에는 큰 논란이 되었다. '칼레의 시민'이란 백년 전쟁 당시 영국군에 항복할 때, 칼레 주민들을 살리고자 목숨을 걸고 나선 칼레의 시민 대표 6명을 묘사한 작품. 그런데 로댕은 이 6명의 시민들을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묘사해내 논란이 있었다. 영웅과 같은 당당한 모습을 기대했던 대중들에게 비판을 받았던 것. 그러나 로댕은 이 6명의 시민도 특별한 영웅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임을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평범한 인간이면서도 희생을 감수한 멋진 용기를 더욱 부각시키려 한 것.

이제 로댕의 작품들을 만나볼 차례. 비롱저택으로 들어가보자. 저택 안에는 로댕의 작품이 연대기별로 전시되어있다. 근대 조각의 시조이자 근대 조각사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서, 로댕의 섬세한 조각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 1층에 제 1-8전시실, 2층에 제 9-16전시실이 있다. 로댕미술관은 로댕의 작품들 및 수집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단 한 곳. 제 6 전시실에는 로댕의 수석 조수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 Camille Claudel’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나머지 전시실에는 로댕의 조각품과 로댕이 수집한 회화 및 고대 유물들이 연대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제6 전시실에 있는 카미유 클로델의 전시로 가보자. 카미유 클로델의 전시가 더 인상 깊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의 러브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로댕이 카미유 클로델을 만난 건 1883년, 그의 나이 43세, 그녀의 나이 19세였다. 카미유 클로델의 재능을 본 로댕은 그녀를 자신의 작업실에 부르게 되었고, 그렇게 24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시작되었다. 그들은 동거를 하며 서로에게 예술적으로 영향과 도움을 주는 예술 파트너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로댕에 대한 카미유의 사랑은 더욱 커졌고, 그녀는 로댕의 정식 부인이 되고 싶어 했으나, 로댕은 반대로 카미유의 예술적 재능에 위기감을 느껴 그녀를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1890년 파경을 맞이했다.

로댕 박물관에서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들을 보는 팁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보면 당시 그녀가 로댕과의 사이가 어땠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로댕 미술관은 건축 스타일과 내부 인테리어가 매우 아름답고 클래식한 점이 특히 관광객들을 매료한다. 화이트 베이스에 옛날 궁전과 같은 계단까지. 저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궁전 안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이처럼 아름다운 건물 그 자체 때문에, 로댕미술관은 포토 핫플레이스로도 유명.

파리에 오면 로댕미술관에 꼭 방문하여 아름다운 정원과 로댕의 멋진 작품들을 만나보길.